통역에 임할 때, 입냄새가 정말 많이 나는 한국인 고객을 만나면 어떻게 하나.
- 일단 문제의 입냄새가 자신의 입에서 발생하는 것인지 의심해본다 (고객을 먼저 의심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)
- 누구 입냄새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가볍게 웃는 첫하면서, 가만히 자신의 손을 입으로 가져가서 가볍게 후, 하고 불러본다 (50퍼센트 정도는 이렇게 해서 판명된다).
- 자신이 아니라는 판정이 잠정적으로 이루어지면, 이제 약간은 편안한 마음으로 고객의 입을 바라볼 수 있다 (하지만, 코호흡은 잠시 멈춘다)
- 같이 앉아 있는 호주인도 상대 한국인의 고약한 구취를 동감하는지 언뜻 표정을 살핀다 (한번도 얼굴을 찡그리는 표정을 하는 호주인은 본 적이 없다. 이럴때마다 내가 너무 민감한 건가,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. 하지만 절대 아니다.)
- 몸의 각도를 약간 바꿔본다. 이를테면, 고객 옆에 바짝 붙어 있었다면, 몸을 약간 틀어서, 고객의 입과 나의 코 사이의 거리를 가급적 늘리도록 한다 (하지만 고객의 눈과 나의 눈 사이의 친근한 거리는 유지하도록 한다, 가능하다면).
- 이게 별 도움이 안된다면,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낸다. 코를 푸는 척 하면서 손수건을 코에다 가져댄다. 심호흡을 한다. 이 경우에 대비해서 아침에 나올 적에는 손수건에 진한 향수를 미리 뿌려둔다 (대부분의 고객은 나의 손수건과 심호흡 사이의 연관성과 필연성을 이해하지 못한다)
- 고객이 계속, 오랫동안, 말을 한다면, 열심히 노트를 하는 척 고개를 아예 숙여버린다. 이렇게 함으로써, 고객의 입과 내 코의 거리 간격은 최대가 된다
- 그러다가 내가 계속, 오랫동안, 통역할 순서가 되면 고객은 입을 꽉 다물고 있으므로, 나는 손수건으로 코를 막을 필요도, 고개를 팍 숙일 필요도 없다. 상냥하게 웃으면서 자신감있게 진행한다.
- 그러나, 예상치 않은 일은 있는 법. 중간에 나의 통역을 가로막고 다시 말을 시작하거나, 내가 통역을 하는데도 혼자서 말을 계속 하는 고객이 있다.
- 그럴 경우는 욱, 하는 뱃속 기합과 콧김을 쎄게 유지한 채, 통역을 지속한다. 손목에 있는 시계로 눈이 간다. 아직도 30분이 더 남았다.
표현이 재미있으시네요 꼭 짧은 단편 수필같네요. 세상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말이 ‘당신 입냄새 난다’ 아닐까 싶네요.